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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100만원, 알면 5만원

동네브라더 2023. 2. 17. 17:21

몇해 전 일이다.
차량의 시동을 급하게 걸었다.
버튼식 시동키가 아니라 키로 시동을 거는 차다.
급한 마음에 키를 꽂고 LOOK-ACC-ON-START 단계를 천천히 돌리지 못하고 일순간에 돌렸다. ‘크르르릉’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수차례를 시도했지만, 결국 시동이 걸리지 않아 자동차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
아내가 타는 차여서 내가 가는 단골 카센터로 가지 않고 우선 아내 차 공식 정비소로 가자고 했다. 이 곳은 예전에 1급 자동차정비공업소였다가 얼마전부터 국내 자동차 공식 정비소로 바뀌었다.
보험사 렉카차에 끌려 접수처 앞에 차를 세웠다. 접수처 사무실에서 정비사 한분이 나온다.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라고 했더니
‘아무래도 엔진 쪽 문제인거 같은데 본네트 엔진 쪽 열어보려면 최소 100만원은 든다.’ 라고 하신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차종이 처음 출시되던 해에 구입한 차로 100만원이라는 정비비를 들이기엔 아까운 차였다.
그래서 좀 무안한 행동이지만, 아까 불렀던 자동차 보험사 렉카차를 다시 불러 맞은편에 있는 내가 가는 단골 카센터로 차를 옮겼다.

잠시 이 단골 카센터에 대해 적는다.
직장 후배에게 소개 받은 이 카센터는 연세가 있으신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는 정비소다.
후배 말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정비소에서 일을 하신 경험이 많은 분이라고 들었고 믿을 수 있는 분이라고 했다.
처음엔 맞은편에 1급 정비공업사였고, 나중엔 국내기업 공식서비스센터 정비소가 된 정비소 앞에서 운영이 되실까 싶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난 차를 맡겨본 이후에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늘 자동차 정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공임나라라는 서비스가 다 있을까.
처음 이 카센터를 찾았을 때 사장님으로 부터 받은 느낌은 좀 남달랐다. 인상도 좋았지만, 정비 후 제시하는 가격이 굳이 비교해볼 필요도 없는 너무 착한 가격이었다. 더군다나 필요 이상의 정비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정비를 모르는 나도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뒤로 무조건 이곳을 찾았었다. 하지만, 앞에 공식 정비소를 먼저 찾은 이번 사건은 예외로 사장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차를 맡기고 다음 날 찾기로 했다. 처음 100만원 이상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만만찮은 금액이 단골 카센터 사장님에게서도 나올 것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래도 사장님이시니까 그보단 싸겠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음날 출근을 했고, 직원동호회 활동으로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카센터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차 다 됐어. 가져가’
‘아 네, 감사합니다. 가격은 얼마인가요?’
‘어, 5만원!’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 물어봐도 같은 금액이었다.

‘모르면 100만원, 알면 5만원인 세상’


이렇게 단정 짓고 싶지 않지만, 경험상 안할 수가 없겠다.
모르면 100만원, 알면 5만원… 서글픈 현실이다.
이것도 내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처음 방문한 자동차 공식 정비소에서 검사 결과 100만원까지는 안 나왔을지 모르지만 불러 놓은 가격이 있으니 몇십만원은 나왔겠지 싶다.

카센터를 방문했다. 어디가 문제였는지 물어봤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던건 엔진 실린더 점화플러그 하나가 나가서 그랬단다.
‘아 그렇지 시동을 걸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였을 수 있었겠구나’
점화플러그 하나만 갈고 정비는 끝났다. 5만원을 드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국내기업의 공식 정비소가 되기 전 자동차1급정비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조그만 단골 카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사실이.
하지만, 나 같은 경험자들이 단골이 되어 이 조그마한 정비소를 찾는 이유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단골 정비소에서 차를 고치시는 동안 기다리면서 이곳을 찾은 여성 운전자 손님에게 신기해서 물었다.
‘이 정비소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했더니
‘집은 다른 지역인데 이쪽에 일이 있어 왔다가 여기가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왔’단다.
속으로 잘 찾아오셨네 정말 했다.

가뜩이나 국내기업의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의 품질 차이로 상처 받고 있는 운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단골 카센터 하나, 동네에 있다는 사실은 맘에 큰 위로가 된다.(가까운 일본은 자국민을 위한 내수용을 더 좋게 만든다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정말 궁금하다. 정말일까?)

번외로 자동차1급정비공업사도, 대기업 공식서비스센터도 맞은편에서 사라졌지만, 그 작은 단골 카센터는 아직도 건재하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능력은 기술도 브랜드도 아닌 믿고 찾는 신뢰란 것을 경험하게 해 주신 단골 카센터 사장님, 올해도 건강히 그 자리를 지켜주십시요.

[ 모르면 100만원짜리의 그 점화플러그 ; 이 글을 쓸때까지는 가지고 있었으니 이제 보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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