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이/진도

한달살이, 여행만이 다가 아니다(20230108)

동네브라더 2023. 3. 14. 19:22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있다.' -소크라테스

말로만 듣던 미니멀라이프.
집에 쌓아 놓은 쓰레기 같은 짐들(언젠가 쓸 수 있다는 생각에 1년, 2년, 몇년씩 그대로 쌓아둬 지금은 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소유한다는 즐거움에 소유당하고 있다는 것은 모른 채 쓰레기더미에 둘러 쌓인채 살아왔던 인생이 당근 하나에 사라지는 힘.
한달살이, 여행이라는 의미보다 생활에 의미가 더 큰 진도살이

 

 

눈을 뜬다. 살아 일어날 수 있음에 오늘 하루도 오늘도 감사하다.

일출 07:42.

 

 

아침식사 후 주신 홍시 2개와 단감 2개를 먹고 나니 11시.

어? 점심 챙겨야하네 ㅋㅋ

 

어제 어머님이 챙겨주신 대봉; 난 감이 왜 이렇게 좋냐

 

오후 1시 즈음됐나.

나도 이제 진돗개(지니) 짖는 소리를 들으니 어떤 상황인지 대충 느낌이 온다.

누군가 밖에 왔다 싶어 문을 여는 순간.

어제 시내에서 뵈었던 아주머니 한분이 밭일 복장으로 오셔서는 백김치 한통을 주신다.

 

집앞 밭에서 냉이를 캔다고 D군 어머님께 허락 받고 오셨다며.

일하시는데 혼자 집에 있기 뭐해 나가 말동무라도 할량으로 나갔다.

그동안 맞지 못했던 냉이냄새가 배추밭에서 난다. 신기하다.

 

난 몰랐다. 이 배추가 그렇게 맛있다는걸! D군 아버지가 농약도 치지 않은 무기농 배추다.

 

당근도 있다는데 당근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안 보인다 하시더니 잠시 후 여깄네. 여기가 다 당근밭이네 하신다.

잡초들이 무성해 당근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내가 보던 당근이 당근이 아니다. 작다.

무농약, 유기농, 우리 나라 당근이 이렇게 좀 작단다.

크면 다 중국산으로 보면 되겠다. 아…

 

왜 이렇게 당근이 작지? 했더니 조선당근이라서 그런단다. 그럼 내고 보통 봤던 큰 당근들은 대부분 중국산?!!!!

 

진돗개 지니와 놀아주다 집에 들어와 청소를 끝냈다.

가스가 되지 않아 가스는 포기하고(국이나 후라이는 포기하고) 전기밥솥으로 어머니가 주신 쌀로 밥을 안혔다.

 

다행히 밥이 잘됐고, 통당근과 고추장, 엊그제 담근 김장김치와 파김치, 묵은지로 밥을 리틀포레스트를 보며 거의 2시간은 먹었다.

 

밭에서 캔 유기농 조선당근에 고추장 하나로 이렇게 행복하다니...

 

 

근데 먹고 나니 전라도 김치를 많이 먹고 싶어 먹었더니 속이 쓰리기 시작한다.

리스 한포를 따스한 물에 먹었는데 첨엔 좀 가라앉나 했더니 음.. 아직 좀 ㅋㅋ

내일은 좀 괜찮아 지겠지 싶다.

 

난 티비를 안보는데 여기서 심심해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틀어 놓는다.

난 저렇게는 못 먹으니까 대리만족이다.

 

당근을 뽑아 먹는 경험은 어릴적 시골생활에 심취되어 있는 서울살이(나)한테는 황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자랑삼아 단톡방에 당근으로 저녁을 먹는 사진을 올렸는데 이게 난리가 난다.